누구나 처음 하는 일에서 시행 착오는 피할 수 없는 법이죠. 그렇지만 시행착오는 발전과 성장을 위한 최고의 교과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우리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음 번에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회고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콜라보팀도 지난 목요일 처음으로 진행했던 2025 디지털 전환 엔터프라이즈 행사에서 첫 아픔을 맛봤습니다. 다음 번 행사는 더 잘 만들어보고 싶기에, 이번 행사 진행을 통해 배운 교훈을 솔직하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야 잠깐의 부끄러움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번 글에서는 콜라보팀의 실수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다음 번에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회고한 내용을 가감없이 적어보았습니다.
1. 무료 행사의 노쇼율은 당신의 상상 그 이상입니다.
"행사 등록 100명 마감!" 메시지에 들떠있던 콜라보팀. 너무 들떴던 걸까요? 3주만에 100명의 예약을 모두 채우고 나서, 노쇼율을 20-25%로 예상했지만, 실제 행사 당일이 되니 무려 50% 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죠.
무료로 진행되는 행사라면, 노쇼 비율을 매우 높게 가정해야 합니다. 저도 실제로 노쇼를 겪어보니, 무료 행사는 절반 이상이 아무 말 없이 오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행사 참석을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신청자 입장에서는 아무 손해가 없어 자연스럽게 행사에 참여할 요인이 떨어집니다. 특히 대기업 엔터프라이즈 실무자들이 대상이었다면, 행사 당일 급작스럽게 실무자들에게 일이 생기거나 스케줄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고민거리도 찾았죠. 그럼 과연 노쇼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언제’, ‘몇 시에’, ‘몇 시간 동안’ 행사를 진행하는 게 가장 좋을까? 라는 고민입니다. 타겟하는 실무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지 않을 요일은 언제이고, 몇 시에 행사에 참석하는 게 가장 편할까라는 고민부터, ‘행사 시간은 몇 시간 정도가 제일 실무자들에게 부담이 없을까’라는 고민도 해야 한 다는 점을 배운 거죠. 첫 번째 펀치를 맞았습니다.
2. ‘콘텐츠 과잉’ 세미나는 그저 관객을 지루하게 할 뿐입니다.
‘엔터프라이즈 DT팀 실무자가 행사 끝나면 보고서를 쓸 수 있게 한다’란 목표를 가지고, 무려 7개의 세션을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정보를 제공하니 실무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행사의 가치가 높아질 거라 예상했었죠. 그러나 청중들의 지루한 표정은 우리가 생각한 것들이 모두 착각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3시간 동안 앉아서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 세션을 듣는 건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이구나라는 걸 청중들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죠. 두 번째 펀치를 맞았습니다.
3. 진행자의 당황한 모습은 청중을 불안하게 합니다.
배경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한 번도 오프라인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청중들 앞에서 행사를 진행해본 경험도 없죠. 그렇지만 일단 행사가 시작되었다면, 제가 경험이 있고 없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행자는 항상 프로페셔널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돌발상황에서 제가 보인 당황한 표정은 참석자들에게 10배로 증폭되어 전달됐습니다.
세션을 마치고 청중으로부터 Q&A를 받는 시간. 최소 한 명은 궁금한 게 있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순간 저의 표정은 흙빛이 되었습니다. 같이 행사를 준비한 동료가 나중에 말해주길, 누가 봐도 ‘저 사람 지금 당황했네?’라는 표정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청중들도 모두 느꼈을 겁니다.
또 하나. 세션 도중에 케이블에 이슈가 생겨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계속 깜빡이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진행자이자 운영자였던 제 얼굴은 또 다시 흙빛이 되었죠. 심지어 맨 앞줄에 계신 분들은 ‘저 사람 엄청 당황했나 봐. 땀이 주룩주룩 흐르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들었던 말입니다)
진행자의 위치에서 청중들의 표정을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느껴집니다. 준비되지 않은 진행자로서, 저는 행사 내내 등에 땀이 주룩주룩 나는 경험을 했죠. 세 번째 펀치를 맞았습니다.
4. 리허설은 실제 행사 환경과 동일한 환경에서 진행해야만 합니다.
리허설 때 여러 체크리스트들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안일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기 체크와 관련된 부분이었죠. 행사 전날 현장에서 리허설을 진행하면서, HDMI 포트에 USB C타입 젠더를 연결해 화면을 송출해보는 연습을 전혀 하지 않았었습니다.
리허설 당시에는 이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정확히는 ‘USB C타입이야 고객 데모 시에도 맨날 사용하던 건데, 설마 이게 문제가 되겠어?’라는 아주 안일한 생각을 했었죠.
결국 행사 당일에 제대로 문제가 터졌습니다. USB C타입 젠더의 접촉 불량이 발생했고, 대형 스크린에 띄워놓은 화면이 계속해서 깜빡거리기 시작했죠. 이미 행사는 시작되었고 발표자가 발표 진행 중인데 화면은 계속해서 깜빡거리고..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USB C타입 젠더를 행사 도중 교체해서 깜빡거림은 해결했으나, 화면 공유 설정 등이 꼬여 청중들을 3분 이상 기다리게 만들었죠.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진행되는 모든 세션을 콜라보로 녹화해서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 세션별로 녹화를 진행해보는 테스트를 실제 행사 환경과 동일한 환경에서 미리 테스트해봐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리허설 때 테스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행사를 한 번에 녹화하는 게 아니라, 세션별로 행사를 녹화하고 녹화 종료 후 다음 세션을 녹화하는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세션의 녹화 파일이 날아가고서야 깨달았죠. 네 번째 펀치를 맞았습니다.
5.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역할을 맡으면 모두 망합니다.
이건 정말 몰라서 한 결정이었는데요. 진행과 운영을 저 혼자 모두 담당했습니다. 결과는? 둘 다 엉망이었죠. 오프라인 행사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은 아무리 사전 시뮬레이션과 리허설을 잘 해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행자와 운영자의 역할이 분리되어야 했다는 점을 세션 도중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깨달았죠.
세션 진행 도중 화면 송출이 원활하지 않아 USB C타입 젠더를 교체했습니다. 문제 하나를 해결해서 안심하고 진행자의 역할에 집중하려는 순간, 교체된 젠더로 인해 노트북의 화면 분할 설정이 풀려버렸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뭐가 문제인지부터 빠르게 파악해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운영자 모드로 돌아가 문제가 뭔지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행사장은 엄청나게 고요해졌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분위기가 쳐지지 않게 진행자가 계속해서 사운드를 채워줘야 하는데, 저는 저 혼자 진행과 운영을 다 했다 보니 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빈 사운드를 채워줄 진행자의 자리가 비어 버린 것이죠. 저한테는 그 고요함이 미칠 듯한 압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그랬는데, 청중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다섯 번째 펀치를 맞았습니다.
6. 아주 미세한 디테일이 행사에 대한 인식을 결정합니다.
참석자 네임태그부터 안내 표지판까지 작은 디테일들을 간과했습니다. 100명이 신청한 행사에서, 입장 테이블에 네임 태그도 없고, 셀프 체크인 리스트도 준비하지 않았던 건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었죠. 다행히 입장 부스를 담당해주시는 분께서 이 문제를 미리 말씀해주셨고, 부랴부랴 A4 용지로 셀프 체크인 리스트를 만들어서 깔아두었습니다만, 만약 아무도 이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사람들은 계속 줄을 서서 기다리고, 행사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행사에 대한 경험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일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행사장에 오시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 표지판도 행사 당일 위치가 바뀌면서, 빠르게 대응하고 사전에 부착물을 교체해야 했음에도 당일날까지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행사장 오시는 길을 안내하는 화살표가 위치가 바뀌면서 수정되어야 했음에도 교체되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팻말을 돌려놓았죠. 누가 봐도 ‘이상한데?’라고 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팻말 세워놓으면 너무 퀄리티가 떨어져 보여요’라는 피드백을 듣고, 부랴부랴 현장에서 새롭게 부착물을 인쇄해서 팻말을 다시 세웠습니다. 여섯 번째 펀치를 맞았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렇게 여러 방의 펀치를 맞으며 얻은 교훈들은 저와 콜라보팀에게 정말 값진 자산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반면에 누군가는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챙긴다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부끄럽지만, 이 회고를 공개적인 글로 작성해 다음 번 행사에서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박제해놓으려 합니다. 다음 번 행사를 준비하기 전에, 이 글을 다시 읽고 더 나은 행사를 만드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이 저 하나의 경험으로 끝나서도 안되고, 행사를 준비하시는 다른 분들께서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스타트업은 빠르게 실패하고, 그 실패에서 배워 더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고(이러면 실패가 시행착오가 되니까요), 그 조직 안에서 우리는 빠르게 실패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합니다. 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실패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인드셋, 그리고 다음 번 행사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어찌되었건 행사는 마무리되었고, 저는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행사를 진행하거나 운영하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오늘 제가 공유한 경험을 참조해, 저처럼 실수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마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