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나오는 과정을 보며 느끼는 작은 회고 by Chloe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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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0, 2022
제품이 나오는 과정을 보며 느끼는 작은 회고 by Chloe - 1편

리턴제로의 CEO STAFF "Chloe"가 작성한 Callabo Service에 대한 회고 입니다.


스타트업에서 하나의 제품이 나오는 과정을 보며 느낀 것들

세상에 없던 새로운 프로덕트를 고민해서 기획하고, 출시하고, 고객이 생기고 그들의 반응을 듣는 일. 그리고 그 프로덕이 점점 커져서 세상을 바꾸는 일.
이것이 스타트업의 근본이자, 초기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일 아닐까.
로망이면서도 동시에 견딜 수 없는 막막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프로덕트 출시의 과정을 지켜봤다. 직접 기능을 구현하는 포지션이 아닌 CEO Staff로 조인한 내게도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그 여정을 한발 뒤에서 따라가며 느낀 점을 적어본다. 이 떨림을 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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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리턴제로팀에 B2B 세일즈팀 SaaS 프로덕트 신사업 제안"

AI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통화녹음앱 비토(vito, voice in text out)는 B2C 서비스다. 통화를 많이 하는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열광적으로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세일즈팀을 대상으로 하는 B2B SaaS 출범 4년만에 기업가치 9조원을 뛰어넘었다. 어떤걸 제공하길래? 구글밋, Zoom 등 비대면 미팅을 기록하고, 요약하고, 성과와 연동하여 어떤 콜이 좋은 콜인지 분석해준다. 한국엔 아직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 이 제품에 녹아들어 가는 기술은 STT(Speech-To-Text) 기술과 NLU(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리턴제로는 한국어 + 전화상의 STT 성능은 글로벌 1위다. NLU 기술도 가지고 있다.

MICHAEL과 KK는 한국에서 이걸 정말 해보고 싶어했고 세일즈를 해본 입장에서 실존하는 페인 포인트를 체감했다. B2C만 해본 팀 안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표 ARC의 지지속에 가칭 Vito for Team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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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 타겟 고객의 페인 포인트 도출하기 : 수십개의 잠재 고객 인터뷰"

“그래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거지? 그 pain point는 진짜 존재하는가, 해결 가치가 있는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위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MICHAEL과 KK가 수십개의 고객 인터뷰를 잡았다. 처음부터 시작했다. 막막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내부 경영진은 VC고 MICHAEL과 KK는 창업진인 것 처럼 회의에서 챌린지를 하고 디펜스가 이루어졌다.

그때 당시의 MICHAEL/ KK의 CI (Conversatioin Intelligence) 미팅은 하루에 2~4개씩 있었고 일요일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시간을 냈다. 초기 창업진의 열정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멘땅에 헤딩하는 미팅을 하는 걸 옆에서 보고, 결과물로 같이 회의하면서 “이거.. 두번은 못하겠다” 싶었다.

특히 이 기간에 했던 인터뷰는 명확한 가설로 틀을 가두지 않고 오픈해서 pain point를 수집하는 기간이었다. 그러니 매 인터뷰가 얼마나 다르고 한줄기의 인사이트를 뽑는게 얼마나 어려웠을까. Dovetail 이라는 서비스로 매 인터뷰 노트에 태깅을 하는 팀의 열정에 경탄했던 기간이다.

엄청난 인터뷰 랠리

당시 나는 한발짝 옆에서 회의참여와 해외 벤치마크사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정보를 가져다줬다. 미국의 선도 업체를 인터뷰 했는데 사정이 한국과 많이 달랐다. 인터뷰를 하고 오히려 좌절하기도 한 것 같다. 예전에 컨설팅 다닐 때처럼 아 이건 이쪽으로 해야겠네요 - 하는말이 안나왔다. 내 운명(?)이 달린 전문가 인터뷰를 하며 전보다 더 사사로운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는 동시에, 정말 하나도 모르는 분야다 보니 인터뷰 질문은 광범위 했다. 스타트업은 컨설팅처럼 돈을 펑펑 쓸수 없다 보니 전문가 고를때도 훨씬 신중했다.

전문가 인터뷰란, 꽤 비싼 돈 - 시간당 백만원 이상- 을 내고 건너건너로는 닿을 수 없는 선도사의 초기 팀 시니어 같은 분과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보통 글로벌 에이전시를 통해서 진행한다. 타겟이 B2B 기업이다 보니 인터넷에 산재하던 정보가 거의 없어 오픈 퀘스천도 많았다. 당시 던진 질문의 예를 들면 이런게 있다.

  • “초기에 전화가 아닌 비대면 미팅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화는 법적 이슈 때문에 못한 건가요?”

  • “초기에 스타트업 먼저 접근했나요 대기업, 중소기업부터 접근했나요, 함께 그로스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좋다지만 규모 차원에서 작지 않나요?”

  • “가장 결정적으로 변곡점이 되어준 큰 고객사가 있나요, 누구인가요? 어떻게 소구할 수 있었나요?”

  • “초기 툴의 포지셔닝은 코칭이 먼저였나요, 관리가 먼저였나요?, 그건 미국의 세일즈 문화가 성숙한 시장이어서 가능했을까요?“

  • “관리 툴로 보일 수 있어 실무진들의 반발이 있었을 것 같은데 사용 설득은 어떻게 했나요?”

open 해둔 채로 세일즈팀의 pain point를 찾아 나서는 고통의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팀에 조인한지도 얼마 안됐고, SaaS 시장은 처음이고 모든게 새롭다보니 미팅에서 의미있는 밸류 애드를 못하고 노트테이킹만 하다 넘어간게 많은 것 같아 늘 아쉬웠다. 뭘 해야 도움이 될까? 고민됐던 날들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깍두기 팀원으로서 고객들의 VoC를 잘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건의 인터뷰라도 따라 들어갈걸.. 진행되던 다른 신사업 회의에 치여서 많이 못참여했다.

어쨌든 MICHAEL과 KK가 들어온 수많은 잠재 고객들의 VoC는 어찌됐건 dovetail에 태깅되고, N차 회의라는 깔때기를 지나게 됐다. 심판의 시간이다. 이제 정말 어떻게 할지,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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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워크샵 : 안끝나면 안간다, 자정까지 진행된 올데이 회의에서 결판을 내다"

강북의 한 곳에서 공간을 잡아 오후부터 진행했다. 여태까지 진행한 인터뷰가 가리키는 북극성은 어디였는가. 수십개의 인터뷰가 말해준 몇개의 포인트를 나열해본다

  • 가치있는 오디오인 고위 임원 미팅, 외부 고객 미팅, 투자사 미팅은 다시본다. 그렇지 않은 오디오인 일반 회의는 다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보더라도 full note 를 보는 경험은 거의 없다. 대부분 하이라이트, 요약을 선호한다.

    실제로 MICHAEL과 KK가 열과 성을 다해 인터뷰 한 것이 전사되어 남아있었고, 이걸 MICHAEL이 읽기 좋게 한번 다듬기까지 한 전문을 워크샵에서 읽는 시간을 가졌다. 이걸 읽자마자 모두가 한 반응은 “아. 못 읽겠다. 요약이 필요해.”

  • 여러 기능이 섞여있는 것 보다 단순하더라도 하나의 기능,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논의하면서 자꾸 욕심이 생겨도 참아야한다

    이때 당시 우리는 보험대리점이나 자동차대리점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기존 서비스 “VITO” 가 “통화녹음을 자동으로 로깅” 해주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통화에 집중했기 때문에 벤치마크는 비대면미팅을 로깅해주는 Gong, Chorus AI 였음에도 계속 고민했던 이유다

    재밌게도 나중에 이 방향성은 바뀌게 된다

  •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CRM (세일즈포스, 파이프드라이브 같은 고객 관리툴) 을 사용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영업을 한다. 엑셀과 머릿속에 정리되는 영업활동......

격렬 했던 워크샵 일정

워크샵때 사용한 노션의 헤드라인. 피피티와 벤치마크 서비스 시연까지 보면서 알차게 밤까지 회의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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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6월: 이러고도 킥오프를 안해?정리 또 정리. 가설 또 가설"

아직 충분히 좁히지 못한 것일까, 고객의 목소리가 약한 것일까. 아니면 팀원들의 리소스가 부족한 탓일까. 어쨌든 여러 사정이 겹쳐 킥오프는 바로 시작할 수 없었다. 그 사이 MICHAEL과 KK는 계속해서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당시 깍두기처럼 표면적으로 회의에 참석했는데 워크샵 이후에 모든게 풀렸던 것 같은 마음이 순식간에 다시 복잡해졌다. 컨설팅 시절 지겹도록 했던 시장 사이즈 에스티메이션을 같이 했다. 사이즈를 보니 할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어떤 시장도 간결하지 않다. 내가 고객이 될 수 없는 상품이다. 전화로 영업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보니 와닿지 않았다.

아무리 MICHAEL과 KK가 인터뷰를 하고 다닌다 한들, 멀리서 바라보는 내게까지 전달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고객은 그럼 정확히 누구지, 시장이 너무 작은건 아닐까? 스타트업은 원래 이렇게 시작하는건가? - 이 고통도 나중엔 모종의 기술과 연동으로 풀리게 된다.

이 둘은 이 두달 사이 심지어는 API 건으로 협업하고 있던 한 영어 교육 업체의 콜센터에 주말 며칠 투입되어 상담원 체험까지 했다. 일종의 세일즈를 직접 해보고 와서 정리도 했다. 창업자만큼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밌게도 lesson learned에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만드려는 툴을 증명하는것은 비효율적이고 이 영어 교육 업체는 적합한 고객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아웃바운드에 투자를 하고 진심으로 세일즈하는 “다른” 영어 교육 업체는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우리의 툴은 밸류가 있다는 희망은 오히려 더 생겼다.

이외에도 1차 인터뷰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CRM 사용 현황을 리스트업하며 점점 더 ideal customer profile 을 찾아가며 진짜 고객을 찾는 여정, 날카롭게 프로덕을 다듬는 일은 지속됐다. 이 때 가장 힘들었던건 경영진의 아주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던 것, 리소스 부족으로 둘이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일 것이다. 내 추측이다.
(이 둘은 코로나도 같이 걸렸다. KK의 아내가 걸릴 땐 안걸렸는데, MICHAEL이 걸리자 KK도 걸렸다. 둘의 마음 고생이 가장 절정이었을 초여름이 지나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7월이 왔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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