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이 비싸다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면? 도입을 위한 내부 설득 가이드
이 글은 아래 상황에 해당하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CRM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비용이 비싸 고민 중인 도입 실무자
CRM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사결정권자 설득을 어려워하는 도입 담당자
우리 회사에 굳이 CRM이 필요한지 확신이 없는 영업 관리자
1. CRM은 비쌉니다.
"세일즈포스 라이센스 비용이 1인당 월 15만원이나 해요. 저희 회사 영업팀 10명만 해도 연간 약 1800만원이나 나와요. Hubspot이나 Pipedrive 같은 비교적 저렴한 CRM을 써볼까 했지만, 그래도 1인당 월 5만원 정도는 나오더라고요. 차라리 이 돈으로 영업팀 한 명을 더 뽑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많은 기업들이 CRM 도입을 검토하면서 이런 말들을 합니다. 영업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비싼 라이센스 비용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버티거나, 무료 대안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가 어려워지고 대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는, 매달 혹은 매년 발생하는 CRM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매달 수천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그 효과를 측정하고 관리할 시스템은 '비싸다'고 망설인 적이 있나요? 영업 사원을 한 명 더 뽑기 위해 연봉 5천만원을 준비하면서, 현재 영업팀의 생산성을 두 배로 높여줄 수 있는 도구는 '비용'이라며 미루고 있진 않으신가요?
모든 기업의 고민은 더 많은 매출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회사에는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업팀의 모든 정보가 개인 메일함과 카톡 등의 메신저, 영업사원 개인의 엑셀 파일에 흩어져 있습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영업 사원을 뽑는 게 아니라 현재 영업팀이 가진 모든 정보와 경험을 CRM을 통해 회사의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2. 사실 CRM은 비싼 게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이 정확히 얼마인지, 이번 달에는 얼마나 더 나올지, 영업팀이 지금 어떤 고객과 상담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계신가요?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로 영업 관리를 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매일 3-4건의 고객 미팅을 하는 영업사원들에게 미팅이 끝날 때마다 엑셀에 기록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고객과의 미팅이나 전화 내용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 히스토리는 영업사원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되고, 결국 중요한 영업 데이터는 휘발됩니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가 제대로 쌓이지 않으면 영업 관리자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영업사원이 실적이 좋다면 왜 좋은지, 어떤 세일즈 방식이 효과적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신규 입사자 교육도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영업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할 수 없죠. 이는 영업팀 전체의 역량 향상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입니다.
사실, CRM 라이센스 비용은 영업사원 한 명의 하루 인건비보다도 적은 금액입니다. 세일즈포스를 기준으로 1개 라이센스를 구매할 경우 월 약 15만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영업사원 연봉이 5천만원이라면 하루 인건비는 약 20만원인 것이죠. 즉, 한 달 CRM 비용은 영업사원이 하루 일하는 비용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으로 영업사원의 하루하루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비용이 아닌 거액의 투자 수익을 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CRM은 단순한 고객 관리 도구가 아닙니다. 예측 가능한 매출을 만들고, 영업팀의 역량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빠르게 만드는 엔진입니다. 특히 대기업을 상대로 한 엔터프라이즈 영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엔터프라이즈 영업에서, 각 고객사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6-8명의 의사결정자들과 나눈 대화를 일일이 기억하거나 엑셀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체계적인 CRM 없이는 이러한 복잡한 영업 과정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3. 그럼 어떻게 내부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CRM이 실제로 비싼 툴이 아니라는 건 이제 알겠어요. 하지만 경영진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장 매출도 불확실한데 고정비 늘리자고 하면 거절당하기 뻔하거든요."
여전히 실무자 입장에서 이런 고민이 들 수 있습니다. CRM이 사실 비싼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해도,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죠.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숫자로 계산해보았습니다.
1. CRM 비용의 실제 비중
연간 매출 10억원, 영업팀 5명 규모의 회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세일즈포스 기준 1인당 월 약 15만원, 연간 약 900만원의 비용 발생
이는 전체 매출의 0.9%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영업팀 연간 인건비(1인당 5천만원 기준 2.5억원)의 약 3.6% 수준입니다
2. CRM이 없을 때의 기회비용
영업사원 1명이 매일 3건의 미팅 진행 시 월 60건의 미팅 진행
미팅 1건당 30분씩 미팅 내용을 정리할 경우 월 30시간을 문서 작업에 소비
연봉 5천만원 기준으로, 매월 125만원의 인건비가 문서 작업에 낭비
5명 기준 연간 7,500만원의 인건비가 단순 문서 작업에 사용되는 셈입니다.
실제로는 기록 자체가 아예 남지 않아 분석할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해 비싼 툴에 비용을 집행했지만, 정작 분석할 데이터는 하나도 없는 경우랑 똑같은 것이죠.
3. 놓치는 매출 기회
체계적인 히스토리 관리 없이는 리뉴얼/업셀 시점을 놓치기 쉬움
고객당 평균 계약금액이 1천만원이라면, 월 1건의 기회만 놓쳐도 연 1.2억원의 매출 기회가 사라짐
영업사원 퇴사시 고객 정보 유실로 인한 추가적인 영업 기회 손실 발생
결론적으로, 영업팀 5명 규모로 연간 10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에서 연간 900만원의 CRM에 투자한다는 것은,
매출의 1%도 안 되는 금액
문서 작업에 낭비되는 인건비 7,500만원의 12% 수준
놓치는 매출 기회 1.2억원의 7.5% 수준
입니다. CRM은 더 이상 '비싼 소프트웨어'가 아닌, 오히려 '없으면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필수 투자라고 볼 수 있죠.
4. CRM이 비싼 게 아니라, 비싸다고 느끼는 게 문제입니다.
CRM을 도입하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는 "매출이 적어서" 혹은 "아직 이른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진짜 이유는 ‘내가 느끼는 가치 대비 비싼 것 같아서’죠. 그렇지만 이건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차를 사야 하는데, 차를 살 돈을 모으기 위해 걸어다니는 것과 똑같습니다.
매출을 올리려면 매출을 만드는 엔진이 먼저 필요합니다. 체계적인 영업 프로세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효율적인 고객 히스토리 관리가 엔진의 핵심입니다. CRM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프라죠.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 투자로, 영업팀의 생산성을 높이고 놓치는 매출 기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나 스케일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CRM 도입을 미루는 것은 성장을 미루는 것과 같습니다. "CRM을 도입할 여유가 있는가"가 아니라 "CRM 없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게 더 매출과 직결되는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