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aaS 제품이 엔터프라이즈용으로 개발되어야 하는 이유 - 콜라보팀 사례 분석
"우리는 인력도 비용도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니까 일단 SMB를 공략하고, 나중에 엔터프라이즈로 확장하면 되지 않을까요?"
많은 B2B SaaS 스타트업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제품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SMB 시장과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단순히 고객사의 규모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제품의 본질적 특성부터 영업 방식, 그리고 수익 구조까지 완전히 다른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제품 관점에서 가장 큰 차이는. 이 두 시장을 위한 제품의 개발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제품은 처음부터 대규모 기업 환경에서 필수적인 기능들을 고려해 설계되어야 합니다. ISO27001이나 ISMS와 같은 보안 인증부터, SSO(Single Sign-On) 연동, 상세한 감사 로그(Audit Log) 기능, 부서별 데이터 접근 권한 관리,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통합까지, 이 모든 것이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단순히 추가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죠. SMB용 제품을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전환하려면 이러한 핵심 아키텍처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사실상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큰 도전이 됩니다.
1. 엔터프라이즈용 제품과 SMB용 제품의 차이
제품 관점에서 엔터프라이즈용 제품과 SMB용 제품의 근본적인 차이는 '확장성'과 '유연성'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제품은 처음부터 대규모 조직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Multi-tenant 아키텍처입니다. 한 기업 내에서도 수많은 부서와 팀이 존재하고, 각각의 데이터와 설정이 완벽하게 분리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HR 솔루션의 경우 인사팀은 전체 직원의 인사정보를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재무팀은 급여 정보만, 각 팀장은 자신의 팀원 정보만 조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세분화된 권한 관리와 데이터 분리는 나중에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제품의 핵심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커스터마이징과 확장성입니다. SMB용 제품이 JTBD에 따라 미리 정의된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엔터프라이즈용 제품은 고객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맞게 제품을 커스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설정 옵션을 제공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워크플로우 커스터마이징, API를 통한 외부 시스템 연동, 맞춤형 대시보드 생성, 사용자 정의 필드 추가 등 제품의 거의 모든 부분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커스텀 가능해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이미 수많은 레거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원활한 통합을 위한 강력한 API와 커스텀 개발 환경 제공이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엔터프라이즈 제품은 처음부터 보안과 규정 준수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용자 활동에 대한 상세한 감사 로그(Audit Log) 기록, SSO나 2FA 같은 엔터프라이즈급 로그인 보안 관리, 데이터 암호화(저장 및 전송 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데이터 처리 정책 등이 기본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또한 ISO27001이나 ISMS와 같은 보안 인증 획득을 위해서는 코드 수준의 보안 검토부터 운영 프로세스까지 전반적인 보안 체계가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단순히 기능의 차이가 아닌, 제품의 근본적인 아키텍처와 설계 철학의 차이를 만듭니다. SMB 제품에서 엔터프라이즈 제품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제품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 왜 처음부터 엔터프라이즈용 제품을 설계해야 하나요?
제품 관점에서 초기 스타트업들이 SMB 시장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엔터프라이즈로 전환하려 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제품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재설계입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닌, 제품의 핵심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됩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데이터 아키텍처의 재설계
SMB용 제품은 보통 단순한 멀티테넌시(Multi-tenancy) 구조를 가집니다. 고객사별로 데이터베이스를 분리하거나, 하나의 테이블 내에서 고객사 ID로 구분하는 정도죠.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이런 단순한 구조로는 복잡한 조직 구조를 지원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대기업 고객이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사업부별로 완전히 분리된 데이터 관리가 필요함
일부 데이터는 사업부 간 공유가 가능해야 함
특정 부서의 민감 데이터는 별도 암호화 정책 적용이 필요함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모델부터 저장소 계층까지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개선하기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죠.
2. 보안 아키텍처의 근본적 변화
엔터프라이즈급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보안 수준은 단순히 기능 추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ISMS나 ISO 27001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제품 설계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합니다:
모든 데이터 접근에 대한 상세 감사 로그(Audit Log)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의 세밀한 구현
보안 취약점 자동 탐지 및 대응 체계
이러한 요소들을 나중에 추가하려면, 기존 코드 베이스의 대부분을 수정해야 합니다. 특히 감사 로그 시스템의 경우, 모든 데이터 조작 로직에 로깅을 추가해야 하므로 거의 모든 코드를 검토해야 하죠.
3. 성능 아키텍처의 재구성
SMB용 제품은 보통 수십 명~수백 명 규모의 사용자를 기준으로 설계됩니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동시 접속자가 수천 명에 달할 수 있으며, 데이터 처리량도 수백 배 이상 증가합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국가에서 수천 명 이상의 동시접속 및 데이터 처리가 필요할 수도 있죠. 이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데이터베이스 분산 저장 구조 도입
캐싱 레이어의 전면 재설계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로의 전환
대규모 동시 처리를 위한 큐잉 시스템 구축
이러한 변경은 단순한 성능 최적화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재설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4. 통합 아키텍처의 복잡성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은 이미 수많은 레거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솔루션은 이들과 완벽하게 통합되어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MS Active Directory나 SAML을 통한 SSO 통합
기존 ERP/CRM 시스템과의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
레거시 시스템과의 API 통합
기업 맞춤형 커스텀 워크플로우 지원
이러한 통합 요구사항들은 단순한 API 개발 수준을 넘어, 제품의 핵심 아키텍처가 충분한 유연성과 확장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SMB로 시작해서 나중에 엔터프라이즈로 확장하면 된다"는 생각은 자칫 잘못하면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과 다름없게 될 수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의 대규모 재설계 작업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고객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프로젝트가 됩니다. 오히려 초기부터 엔터프라이즈급 요구사항을 고려하여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3. 콜라보팀의 실제 사례
콜라보팀도 처음 제품을 만들고 출시할 때에는 SMB를 타겟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품을 엔터프라이즈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 과정이 얼마나 큰 도전인지를 몸으로 깨닫고 있죠. 콜라보팀의 사례를 통해 제품의 핵심 아키텍처가 초기부터 엔터프라이즈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콜라보팀의 실제 사례들은 콜라보팀이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 맞닥뜨린 이슈들이며, 현재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 권한 관리 체계(RBAC)의 전면 재설계
초기 콜라보 제품은 Owner / Admin / Member / Guest 정도의 권한 체계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SMB에서는 충분했지만, 대기업 고객을 맞이하면서 큰 장벽이 되었습니다.
실제 대기업 고객의 요구사항:
부서 / 조직도 기반의 상세 권한 관리 필요
미팅 녹화본에 대한 부서별/팀별 차등 접근 권한
조직의 워크스페이스 통합 관리를 위한 특별 권한 체계
부서 이동/퇴사 시 자동 권한 조정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권한 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했고, 이는 기존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2. Audit Log 시스템의 재구축
초기에는 내부 모니터링과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로깅만을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은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통제력을 요구했습니다.
대기업 고객이 요구한 Audit Log 기능: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누가, 언제, 어떤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상세 조회
미팅 녹화본 열람/다운로드 이력 추적
권한 변경 이력 관리
데이터 업로드/다운로드 이력 모니터링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로그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직접 조회하고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설계와 인터페이스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대량의 로그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새롭게 구축해야 했습니다.
3. 복잡하고 다양한 SSO 통합
영업을 해보니 많은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SSO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Google과 Microsoft SSO 연동만으로는 부족했죠.
다양한 인증 시나리오를 커버하기 위한 솔루션 지원 (Okta 등)
레거시 인증 시스템과의 호환성 확보 (On-premise MS AD 등)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충족하기 위해 인증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고 있고, 이는 기존 사용자들의 로그인 DB 관리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화였습니다.
4. 보안 설정 세분화
마지막으로,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세부적인 보안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설정 기능들을 추가해야 했습니다. 특히 관리자들이 조직 전체의 보안 정책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필수적이었죠.
대표적인 요구사항들:
특정 IP 대역에서만 로그인을 허용하는 IP 기반 접근 제어
관리자가 조직 전체 구성원의 2FA를 일괄 적용할 수 있는 기능
회사 VPN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도록 제한
이러한 보안 설정들은 단순한 기능 추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제품의 인증 및 접근 제어 시스템 전반에 걸친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기존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엔터프라이즈급 보안을 제공해야 했기에, 매우 세심한 설계가 요구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콜라보팀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위한 기능들은 단순한 '추가 기능'이 아니라 제품의 근본적인 아키텍처와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들을 나중에 추가하려면 제품의 핵심 부분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이는 상당한 시간과 리소스가 필요한 작업임을 깨달았죠.
특히 힘든 점은, 이러한 변화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확보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면서, 동시에 제품의 근간을 뜯어고쳐야 하는 매우 복잡한 과제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콜라보팀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처음부터 엔터프라이즈를 고려한 설계"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 작업들을 해야 하는 구나라는 것도 깨달았죠. 제품 초기에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