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고수를 찾아서 - (1) 콜라보 최승호님 인터뷰
아래 인터뷰는 콜라보(Callabo.ai) 의 사업개발 및 세일즈, 프로젝트 매니징을 담당하는 최승호(Michael)님이 prix 팀과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B2B 제품을 만들면서 광고에 돈을 쓰는 것은 불안해서 입니다.’
Q. B2B에서의 리드 확보란?
1) 콜라보팀이 생각하는 좋은 리드 확보 방식이란 무엇일까요?
B2B 제품을 만드는 많은 기업들이 B2C 방식의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B2B에서는 광고가 의미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광고는 결국 일회성 비용이고, 광고를 중단하면 효과도 즉시 사라지기 때문에 B2B 제품의 긴 구매 사이클과 맞지 않거든요. 그래서 콜라보는 콘텐츠 마케팅에만 집중합니다.
물론 콘텐츠 마케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2명이서 최소 인당 주 1개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했는데, 사람의 의지에 의존하다 보니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죠. 실제로 스타트업 정신을 가지고 주말까지 활용해 글을 써봤지만, 들어가는 시간 대비 낮은 퀄리티의 글만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도 다른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결국 지속적으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Claude를 활용해 주 4-5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 시간도 1개당 최대 이틀까지 걸리던 것을 2-3시간으로 크게 단축했습니다. 특히 Claude의 프로젝트 기능을 활용해 기존 블로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연말까지 블로그에 100개 콘텐츠를 작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글을 작성하고 있죠.
SEO 전략에 있어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테크니컬 SEO에 집중하면 오히려 콘텐츠 작성도 잘 안되고 저희 상황에서는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은 에디토리얼 콘텐츠 위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타겟 키워드는 실제 고객 미팅을 통해 도출된 ICP를 기반으로 선정하며, 엔터프라이즈, 클로바노트 대안, AI 회의록, 세일즈포스, CRM 등이 주요 키워드입니다.
많은 B2B 스타트업들이 B2C 마케팅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AAARR 프레임워크와 같은 B2C 분석 도구는 B2B의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벤트성 마케팅이나 프로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팝콘을 나눠준다고 B2B 제품이 도입되지는 않으니까요. 대신 사고 리더십과 설득력 있는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2) ICP에 대한 승호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콜라보는 어떤 ICP를 가지고 있나요?
ICP(Ideal Customer Profile)는 제품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많은 B2B 기업들이 ICP를 너무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ICP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우리가 타겟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고, 반드시 한 문장으로 딱 들었을 때 바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되어 있는 게 맞거든요.
콜라보의 경우, 초기에는 '세일즈 코칭을 위한 AI 어시스턴트'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장에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이 접근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걸 금방 깨달았죠. 이런 접근으로 만난 고객들에게는 너무 많은 교육이 필요했고, 제품의 가치가 전달되더라도 기존의 관습이나 생각이 잘 바뀌지 않았거든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ICP를 매우 명확하게 정의했습니다. 첫째, 직원 수 100명 이상의 엔터프라이즈 기업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중견-상장사나 제조업 분야에서 직원 수 500명 이상의 기업들이 콜라보의 이상적인 고객군입니다.
둘째, '미팅 자산화'라는 명확한 니즈를 가진 기업들을 찾습니다. 특히 세일즈포스와 같은 CRM을 사용하면서도 데이터 입력 자동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서 수요가 있어요. 이렇게 명확한 ICP 정의를 통해 콜라보팀은 적은 인원임에도 효울적인 마케팅과 세일즈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한 승호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B2B SaaS,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에 있다 보면 잘 보이지 않는 게 있어요. 채널톡처럼 잘 알려진 회사들 외에도, 실제로는 비슷한 규모의 성공적인 B2B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죠. 예를 들어 지란지교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판교에 자체 사옥을 보유하고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B2B 스타트업들이 SMB 시장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피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이는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도전하지 않으면, 자신의 제품이 실제로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센 적을 먼저 만나라'는 것입니다. 약한 시장만 공략하다 보면 우리도 결국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운동선수가 실력이 비슷하거나 더 강한 상대와 겨뤄야 성장하는 것처럼, B2B 제품도 엔터프라이즈급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통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실제 시장에서 경험하며 깊이 체득한 교훈입니다. 환경에 미리 적응하고 체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콜라보의 세일즈 사이클과 조직 구성
1) 콜라보의 조직 구조는 어떤가요?
심플하게 말씀드리면, 저와 윤용님이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세일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의 마인드셋으로 기획부터 마케팅, 세일즈, CSM까지 제품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콜라보 Pro 플랜에서 제공하는 AI요약 기능의 프롬프트 작성과 테스팅도 저희가 직접 수행합니다. 제품에 대해 엄청나게 깊은 이해가 없다면 사용자가 가치를 느낄 만한 제품을 만들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정도의 책임감이 있기에 저희는 바쁘고 정신없어도 제품의 모든 측면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제품 기능 우선순위를 선정하거나 세일즈 플레이북을 구축할 때도, 콜라보로 수집된 원본 VoC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모든 미팅을 녹음하고 있으며, 윤용님과 제가 나누는 세일즈 코칭 세션도 모두 기록하죠.
특히 콜라보로 수집된 제품 관련 피드백은 Syncly와 슬랙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관리합니다. 제품 기능과 관련된 피드백은 Syncly 내에 Taxonomy를 설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PO와의 제품 우선순위 미팅에서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 대단해요, 그렇다면 승호님이 생각하시는 세일즈맨으로서의 중요한 역량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세일즈의 역할을 너무 좁게 정의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세일즈에는 여러 레벨이 있습니다.
SDR
SMB AE
엔터프라이즈 AE
창업자 세일즈
각각의 마인드셋에 따라 업무 영역과 깊이가 크게 달라집니다. 창업자 수준의 세일즈 (모든 것에 다 관여하는 것)이 제일 High-Level 세일즈이고, 그 다음 엔터프라이즈 AE, SMB AE, SDR 순이라고 봐요.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세일즈맨의 총체적 역량입니다. 저희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면, 콘텐츠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없어서 올해 초 대행사 견적을 받아보니 글 40개에 5천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외주를 주면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저희가 직접 작성하여 10월에만 55개의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건 세일즈맨이니, 콘텐츠로서도 제품의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해 직접 글을 쓰는 것이죠.
그리고 세일즈맨이라면 당연히 제품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고객에게 하게 되면 세일즈맨이 아니라 제품의 이미지가 손상돼요. 더 나아가 경쟁사 제품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이 어떤 상황에서 더 적합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식이 부족하면 놓치는 기회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기회였는지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또한 세일즈도 집착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해야 합니다. 이것도 예를 들어 보자면, 마케팅 영역에서는 아주 사소한 데이터 하나하나까지 다 수집하고 측정하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퍼포먼스 데이터가 명확한 반면, 세일즈는 아직도 ‘고객이 그랬다더라’ 같이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점에서 콜라보는 큰 도움이 됩니다. 모든 세일즈 미팅을 데이터화하고 고객 미팅을 원본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어,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과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말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왜곡되거나 불분명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Fact 기반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현대 세일즈맨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Q. prix팀의 고민
1) 이건 저희 팀의 고민인데요, 저희는 세일즈 사이클이 너무 긴 것이 고민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긴 세일즈 사이클은 B2B 기업들의 공통적인 고민입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레이북을 로봇처럼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플레이북은 베이스라인 규칙일 뿐, 마치 클래식 연주자들이 같은 곡을 다르게 해석하듯 상황에 맞는 변주가 필요해요.
특히 팔로업 과정에서는 단순히 "검토가 진행되고 계신가요?"와 같은 형식적인 연락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합니다. 팔로업 과정에서 연락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없으면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죠),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세일즈에서 흔히 하는 "지나가다 들렀어요"와 같은 접근은 최악의 접근입니다.
저희 팀이 생각하는 세일즈맨은 탐정이에요. 고객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면에 있는 진짜 니즈를 파악하는게 세일즈의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가격이 비싸다"는 말은 종종 "제품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할인을 제시해봤자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사실은 제품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또한 모든 리드가 진정한 고객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해요. 미팅 이후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곳들은 단순히 탐색 차 접근했거나 경쟁사 조사 용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세일즈의 중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B2B에서의 딜 성공 확률은 10%~20% 정도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이 비율이 더욱 낮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rix는 B2B SaaS다 보니 보안 인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ISO 27001이나 ISMS와 같은 보안 인증이 없다면, 정보보안팀이 있는 대기업과의 거래는 시작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안 체크리스트와 증빙자료는 필수이며, 이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2) 그렇다면 승호님이 보기에 prix는 어떤 곳이 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prix는 지금까지 없었던 ‘계약 관리’ 영역을 담당하는데, 이 영역은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사용하고 있고요. 특히 CLM(Contract Lifecycle Management) 영역은 한국 시장의 기업간 계약 관리 현황을 생각해봤을 때, 아직 개척되지 않은 넓은 시장이 있고, 실제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다만 시장 확장을 위해 도전해야 할 과제는, prix가 주로 IT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고객들이 타겟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이런 고객들에게 제품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